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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당사자 희망공동체 마음샘정신재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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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벌은 편 갈라 싸우거나 자기 꿀만 숨겨두지 않아서 좋아요”
마음샘정신재활센터 | 21.10.12

[중앙일보 강주안 기자]코로나로 벼랑 끝에 선 정신장애인의 \'특별한 양봉\'

지난 6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의 마음샘정신재활센터(센터장 장명찬)에 조현병 환자들이 모였다. 경기도 화성의 양봉장에 일하러 가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정신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한 활동이다. 경차 두대에 나눠타고 40분 정도 이동하면서 김정남 총괄팀장 등에게 지난 3월 환자 5명이 꿀벌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들었다. 벌에 쏘여 울고, 달려드는 벌에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장면이 수시로 벌어졌다고 한다. 보호의를 입는데도 벌에 쏘이냐고 묻자 "벌은 틈을 파고드는 습성이 있어 보호의 틈새를 꽉 조이지 않으면 기어들어 온다"고 설명한다.

 

조현병 환자는 대개 끔찍한 사고로 언론에 등장한다. 경남 진주에서 이웃들을 살해한 안인득씨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극소수며 다수의 조현병 환자는 다른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경미하다. 서울대 출신 등 똑똑한 사람도 많고 비장애인보다 마음이 선한 사례가 흔하다. 20세 전후로 많이 발병한다. 정신과 의사 사이에선 "대략 200명 중 한 명꼴로 조현병이 나타나며 누구든 친척과 친구 중 한두 명은 조현병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흔한 증상은 망상과 환청이다. 간혹 일어나는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은 "저 사람이 널 죽일 거야. 그러니 네가 먼저 공격해야 해" 같은 환청이 유발한다. 나체로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 역시 조현병인 경우가 많다. 대다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양봉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고 따돌림을 당했다. 고립된 삶은 그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장애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장애인에게 더 큰 시련을 안긴다. 실직을 경험한 권삼주(58)씨는 "가족에도 미안하고 가까운 사람 경조사에도 못 갔다"며 "일반 실직자는 등산을 간다지만 나는 다리가 불편해 그럴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에게도 버거운 시기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ㆍ우울증 치료를 받은 20대가 급증했다.
 
김현종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홍보협력실장은 “정신장애인에게 일은 치료와 재활에 있어 핵심”이라며 “그러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구인 자체가 드물고 직업 훈련을 받을 기회도 적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나온 시도가 양봉 훈련이다. 3년 전 시작한 활동은 코로나 사태가 닥치며 진가가 나타났다. 작은 음악회나 볼링 활동 등 정신장애인을 돕는 대부분 행사가 중단됐지만, 자연에서 진행하는 양봉은 지속했다.

장명찬 마음샘정신재활센터장은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처음엔 가족들이 걱정했지만 변화를 보면서 상당히 만족해한다"고 설명한다. 8개월 활동을 마친 사람들은 눈에 띄게 호전됐다. 양봉 과정을 이수한 뒤 카페나 병원에 취업해 최저임금을 보장받으며 일하고 있다.
 
이남영 동국대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규칙적으로 출퇴근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정신장애인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증세가 좋아졌다고 약을 끊으면 안 된다”면서 “조현병 환자는 당뇨와 마찬가지로 약을 계속 먹으며 관리하면 괜찮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철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취업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집에만 머물면서 대인관계가 단절되는 게 정신장애인의 큰 어려움”이라며 “일을 통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소속감도 느끼는 게 사회로 복귀하는 준비 중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적절한 정책이 절실하다는 의미다.